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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가운데 물이 솟아오르던 순간,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분수의 탄생은 단순한 조경 공사가 아니라, 한 도시가 자신의 번영을 돌에 새겨 넣은 사건이었습니다. 이 글은 이탈리아 페루자에 실제로 남아 있는 중세 분수를 통해, 그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과 완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분수의 탄생, 도시의 번영을 새긴 돌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의 도시 페루자 중심 광장에는 폰타나 마조레, 이른바 '큰 분수'가 서 있습니다. 이 분수는 1277년부터 1278년 사이에 완공됐으며, 단순한 급수 시설이 아니라 도시가 마침내 안정적인 물 공급을 이뤄 냈다는 것을 기념하는 상징물로 세워졌습니다(출처: 위키백과).
분수가 세워지기 전, 페루자는 언덕 위에 자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시 당국이 몇 년에 걸쳐 대규모 수로 공사를 완료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장 한복판에 이 화려한 분수를 세우기로 한 것입니다.
당시 페루자는 독립 도시국가로서 세력을 키워 가던 시기였습니다. 물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단순한 생활 편의를 넘어, 이 도시가 스스로 인프라를 기획하고 완성할 만큼 성숙한 행정력과 재정을 갖췄다는 걸 대외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물 하나 끌어오는 일이 도시 전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업적이었다는 게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지금은 수도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물이지만, 그 물 한 줄기를 얻기까지 도시 전체가 얼마나 긴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몬테 파차노에서 끌어온 물 — 보닌세냐의 수력공학
이 분수에 물을 대기 위한 수로 공사는 1254년부터 시작돼 무려 25년이 걸렸습니다. 수도사 프라 베비냐테가 전체 공사를 감독했고, 베네치아 출신의 수력공학자 보닌세냐가 실제 기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는 약 4킬로미터 떨어진 몬테 파차노의 샘물을 압력식 도관을 이용해 언덕 위 도시 중심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출처: 위키백과).
당시로서는 펌프 같은 동력 장치 없이 오직 관의 압력 차이만으로 물을 높은 곳까지 밀어 올린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적 도전이었습니다. 이 수로는 완공 이후에도 유지 관리에 계속 어려움을 겪었고, 1322년에는 더 직접적인 경로의 새 수로가 추가로 건설됐다는 기록이 분수 하단에 새겨진 명판에 남아 있습니다.
수로가 지나는 구간에는 벽돌과 석재로 쌓은 아치 위에 수로관을 얹은 구간도 있었고, 지하로 매설된 구간도 있었습니다. 완공 이후에도 납으로 만든 관을 몰래 뜯어 가거나, 물길을 밭에 대려고 수로를 함부로 바꾸는 사람들 때문에 오랜 기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동력 장치 하나 없이 압력 차이만으로 물을 밀어 올렸다는 대목에서, 그 시절 기술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궁리했을지 그려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의 원리를 경험적으로 파악해 실제 구조물로 구현해 냈다는 사실이 볼수록 놀랍습니다.
피사노 부자, 분수에 조각을 새기다
수로가 완성되자 페루자시는 분수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애초에는 조각가 아르놀포 디 캄비오를 초빙하려 했으나, 그가 로마에서 맡고 있던 작업 때문에 시기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일은 조각가 니콜라 피사노와 그의 아들 조반니 피사노 부자에게 맡겨졌습니다.
두 사람은 분수의 이단 대리석 수반에 25개의 부조 패널을 새겼는데, 여기에는 열두 달의 농사일과 구약성경의 장면, 우화 속 동물들이 새겨졌습니다. 분수 꼭대기의 청동 물동이 위에는 세 여인이 물동이를 인 채 서 있는 조각상이 얹혔고, 이 청동상에는 제작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문까지 남아 있습니다.
기술자가 물을 끌어오고 나면, 그다음은 예술가가 그 성취를 아름다움으로 완성하는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물을 나르는 일과 그 물을 기념하는 일이 서로 다른 전문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결과물로 합쳐졌다는 게, 지금 봐도 참 이상적인 협업처럼 느껴집니다.
원래 섭외하려던 조각가가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갔다는 대목도 제 마음에 남습니다. 첫 번째 선택이 무산됐다고 해서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를 메운 피사노 부자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걸작을 남겼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되네요. 계획대로 되지 않은 순간에도, 결과는 얼마든지 그 이상일 수 있다는 걸 이 분수가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역사의 걸작을 만들어낸 대목에서는, ‘살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따뜻한 위안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제 가슴속에 새겨두었단 말이 생각나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본 글은 역사 자료와 위키백과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부 도입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하였습니다.